황금빛 찬란한 은행잎을 보고 있자면 올해 가을은 유독 선명한 것 같다. 하늘은 계절에 걸맞게 맑고 깨끗한 푸른색이다. 얇은 외투는 이제 포기해야 할 것 같다가도, 선물처럼 찾아오는 포근한 날씨에 옷장 속 깊은 곳으로의 유배를 미뤄둔다. 이따금 톡 쏘듯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마저 풍경의 일부로 느껴지는 가을날, 소란스럽지 않은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술집 결찌를 찾았다. 결찌는 고대멸치국수 골목을 따라서 제기동 방면으로 30m 정도 내려오면 나온다. 자타공인 안암의 번화가 참살이길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지
일상생활 스트레스 비율 높아 사회적 편견이 치료 가로막기도“청년층 더 폭넓게 수용해야”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칭하고, ‘번아웃’, ‘무기력증’ 등의 심리 용어가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단절도 정신건강 관련 수요의 급증에 한몫했다. 보건복지부에서 5년 단위로 실시하는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은 타 연령대 대비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고, 자살 고위험군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층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는
약물 중독·정서적 불안 유발해“재난 시 최소 1년의 지원 필요” 이태원서 심리지원카페 운영 한국 사회는 10·29 참사로 큰 충격을 받았다.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의미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됐고,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분노나 무력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와 함께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는 심리상담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신적 외상이 신체 증상 유발하기도 정신적 외상은 한국에서 흔히 ‘트라우마(trauma)’라고 불리지만, 트라우마는 신체적·정신적 외상
온플법’ 새로운 내용 아냐자율규제, 원칙과 형태 결정 어려워중요한 건 ‘깨어있는 소비자’ 지난달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로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췄다. 판교에 위치한 SK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버 3만 2000여 개가 가동을 멈췄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것은 물론이고, 카카오 뱅크를 통한 거래도 불가능했다. 카카오 채널로 거래하는 소상공인과 택시 기사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보상 금액은 약 400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거대 플랫폼의 문어발식 경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온라인
“손익분기점 넘기기 어려운 상황” NFT·메타버스로 새로운 도약 “문화보국 정신 이어 나갈 것” 간송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의 건립이념으로도 유명하다. 간송 전형필은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당시 기와집 20채에 달하는 가격으로 사들이고,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1940년대 을 먼저 발견해 수집하는 등 문화재 보호에 힘썼다. 성북구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한 간송미술관은 올해 1월
개인 취향 따라 다양한 유물 보존 시설 여건 좋지 않은 곳도 많아“국가 개입보단 자율적인 평가해야” 사립박물관은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주민들의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재정, 인력 문제 등으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2008년 국공립박물관 관람료 폐지 이후, 사립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크게 감소했다. 사립박물관은 학예직이나 소장품 수에 비해 연간 관람객 수가 평균적으로 제일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박물관 연간 관람객은 국립 45만 8,000여 명, 공립 11만 6,000여
일상과 역사에서 수집한 소재 성북구는 문화자원 집약체 “예술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되길” ‘2022 성북 N 작가공모 기획전 채집-채굴’이 지난달 16일부터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열리고 있다. ‘성북 N 작가공모’는 실험 정신을 지닌 시각예술 분야 창작자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성북예술창작터는 2013년도부터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장우주, 차혜림 작가가 참여했다. 장우주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해 곳곳에 흩어진 다양한 사건과 현상을 ‘채집’하고, 차혜림 작가는 특정 시대에 몰입해 이미지를 ‘채굴’한다.
작업 지속성 확보 어려워 서면 계약의 일상화 중요 "예술인 역할 한정 말아야" 2011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최고은 작가의 죽음으로 한국에서 예술인의 열악한 창작 및 생활여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1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만 39세 이하의 예술인을 칭하는 '청년예술인'은 우리 세대의 문화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존재지만,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다. 2021년 '서울예술인플랜' 조사 결과, 청년예술인의 직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3점, 생활만족도는 2.6점으로 상당히 낮
지역 활성화 주체로 나선 예술인파견지원 사업 활용하기도 많은 예술인이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예술인의 40%, 청년 예술인의 45.5%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예술의 힘이 수도권에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치유하고,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예술의 힘은 때로 조용하고 소박한 곳에서 더 빛을 발한다. 지역과 협업하며 창작활동을 이어 나가는 예술인들이 그 예다. 지역은 예술인들에 창작활동의 터전을 제공하고, 예술
도서정가제가 매출에 간접 도움“젊은이들이 먼저 찾아주길” 나지막이 흐르는 청계천을 마주하고 헌책방들이 평화시장 1층에 늘어섰다.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서울 책방 문화의 상징 같은 거리다. 손님 딱 한 사람이 들어갈 자리만을 남겨 놓은 자그마한 공간. 그 외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책들로 빼곡하다. 저마다 가지각색의 책을 품고 있지만, 그 모습은 하나같이 똑 닮았다. 네모반듯한 한글 간판이 책방의 경계를 표시하고, 제각기 다른 크기의 책들이 높다랗게 쌓여 기둥을 이뤘다. 묵직한 장편 소설, 패션쇼 잡지, 요리책, 한자 옥편, 식
서점 생태계 보호하려 시행제한 할인이 거품가격 유발하기도“더 저렴한 선택지 제공돼야” 2022 대선 당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 후보는 도서정가제를 현행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윤 후보는 도서정가제 완화 및 개정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도서정가제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문화를 보호하고 출판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책을 정해진 비율 이상 할인할 수 없게 한 제도다. 1977년 출판·서점업계의 자율협약으로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1990
오래전 정착돼 자연스레 인식출판계 자정 능력으로 유지“제도보단 독서 경험에 집중해야” 김승복 대표는 도쿄 진보초(神保町) 고서점거리 한복판에서 서점 ‘책거리(CHEKCCORI)’와 1인 출판사 ‘쿠온(CUON)’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광고 회사를 다니던 그는 원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일념으로 2007년부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엔 한국 도서 전문 서점인 ‘책거리’를 개업했다. 한국 베스트셀러를 들여와 판매하고 한류 콘텐츠에 대한 강의를 여는 등 한국과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도 해내고 있다. 김
읽어보라KU ⑤ 기후위기 '읽어보라KU'는 학부생이 관심 가질만한 논문을 선별·요약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논문을 선정했습니다.의도에 따라 용어 다르게 사용해야‘기후위기’, 언론·방송이 주로 언급원인·방법에 집중한 ‘지구온난화’ 기후 문제가 전 세계적 위기로 조명되며 대중에 노출되는 빈도도 늘었다. 이런 기후 문제를 가리켜 ‘기후변화’,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용어들이 함께 쓰인다. 이 중 ‘기후위기’ 사용에 대한 견해는 상이하다. ‘기후위기’가 다른 용어에 비해
읽어보라KU ⑤ 기후위기 '읽어보라KU'는 학부생이 관심 가질만한 논문을 선별·요약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논문을 선정했습니다.기후위기 대응, 팬데믹처럼 해야봉쇄조치·이동 제한, 환경에 도움생태계 고려한 접근법 필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인간 활동이 근원이라는 점에서 밀접하게 연관된다. 코로나19의 주범은 박쥐로 알려졌지만, 박쥐의 병원균이 인간에게 옮겨 온 근본적인 원인은 야생동물 서식처가 파괴되며 인간과 야생동물, 가축 간의 접촉 빈도가 늘어난 것이다. 산림파괴, 육식 소비
기후위기 앞 무력감 생겨부정적 감정부터 출산 거부까지“노력한다는 자기인식 필요해” 알프스에서 빙하가 녹고, 유럽 전역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는 115년 만의 집중호우로 수많은 사람이 도로에 고립되고, 반지하 주택들이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후 이변이 거듭되며 전 세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후위기 앞에서 무력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인 ‘기후우울증(climate blue)’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기후불안’이라고도 불리는 기후우울증은, 기후 전문 심리학자 토마스 J
한반도는 기후충격 비교적 덜해에너지 개발, 장기적 안목 필요개인적 노력도 외면 말아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의 발생이 잦아지며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커지고 있다. 205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거나, 지구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점을 지나 더 이상의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미혜(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만나 기후위기를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혜 |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화석연료를
홀로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닭장 같은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들과 부대끼다 혼자 누리게 된 자유는 달콤했다. 이제 자취 이전의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주변에 자랑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는 자취의 이점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로 내려앉기도 했다. 갓 상경했을 무렵 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끈덕지게 따라오는 일이 있었다. 피곤하고 지친 승객들은 나를 외면했다. 그날따라 거리에도 유난히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할 타이밍은 언제일까, 혹여 내가
3년 만에 열린 입실렌티에서 티켓 구매 방식에 논란이 일었다. ‘제43회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 RE-TRO’ 티켓은 이전과 달리 ‘1인 1매 구매 제한’과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티켓’ 제도를 도입했다. 졸업생이 외부인과 같은 방식으로만 티켓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졸업생의 불만이 커졌다. 기존에는 학생증만 제시하면 재학생과 구분 없이 티켓을 구매할 수 있어 입실렌티에 참여할 경로가 더 열려 있었다. 입실렌티를 주관한 본교 응원단(단장=안현태)은 “3년 만의 축제인 만큼 최대한 재학생 위주로 진행하려고 1인 1매 구매 제한
본교 안암병원(원장=윤을식 교수)이 지하철 6호선 안암역 1번 출구를 잇는 에스컬레이터를 개통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안암역 1번 출구 앞 내원객 주차장 자리에 설치됐다. 8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해 지난 17일 정식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9일부터 시행한 시범 운행에서 접근성과 환자들의 편의가 증가했다는 평을 받았다. 윤을식 원장은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병원을 방문한 모든 이들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마련했다”며 “안암병원이 환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힐링을 제공하는 건강파트너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암병원은 에스컬레이터 개통
본교 통일과국제평화센터(센터장=남광규 교수)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19일 ‘변화하는 동북아 해양전략과 남북한 해양협력’을 주제로 본교 아세아문제연구원(원장=이진한 교수)에서 열렸다. 1부에서는 미·중·일 3국의 해양전략과 동북아시아 정세를 살펴봤다. 롤랜드 윌슨(Roland Wilson, 한국조지메이슨대 분쟁분석해결학과) 교수는 미국의 동북아 해양전략은 총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주변 동맹국들이 힘을 합쳐 중국의 대만에 대한